서 론
칠보산(七寶山)은 행정구역상 경기도 수원시에 속하는 산의 정상(고도 238.8m)을 기점으로 동으로 수원시, 남서로 화성시, 북으로 안산시에 포함된 350ha의 지역이다. 식생은 개략적으로 리기다소나무 등 침엽수와 참나무류의 활엽수가 약 60%와 40%의 비율로 이루어져 있다. 숲, 소형계곡, 습지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경관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가벼운 등산 및 산책을 위하여 인근 주민 등의 탐방이 다수 이루어지는 도심 외곽의 전형적인 저산형 녹지공간이다(수원시, 2020).
도시지역의 녹지공간은 직접적인 이용자들에게 심미적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도심 내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야생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여 여타 생태계서비스의 근간인 생물다양성 저장고 역할을 하는 중요 경관요소들 중의 하나이다. 도시의 확장과 더불어 발생하는 자연 서식처 파괴와 생물다양성 소실은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질적 저하와 필연적 인과관계에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도시지역의 녹지는 이들이 지지하고 있는 생물다양성 유지 및 나아가 증진을 위한 효율적 이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이는 이들 공간을 구성하는 생물적, 비생물적 인자들의 명세 및 이들 간의 유기적 상호작용에 관한 이해에 기초한다.
곤충은 생태계의 알려진 생물다양성 중 가장 방대하며,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생산자와 고차소비자 사이의 다양한 에너지 흐름 경로에 포함되어 하위영양단계와 상위영양단계의 조절인자로 작동한다.
이에 본 조사연구는 칠보산 전역에 서식 출현하는 육상곤충류의 출현 현황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실시되었다. 그간 칠보산 곤충상에 관한 종합적 조사 연구가 수행된 적은 없었으므로, 본 조사결과가 칠보산에 관한 최초의 자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본 보고는 7월부터 9월에 걸쳐 6회 주간에 수행된 현장조사를 통하여 획득한 표본의 검경 결과 및 관찰 자료들을 수합한 제한적 하계육상곤충류의 출현 현황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곤충류의 방대한 분류군 수에 의하여 발생하는 분류학적 어려움(재료의 획득 및 동정)으로 인하여 그간 저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벌류(Order Hymenoptera)의 출현 현황이 다른 분류군들에 비하여 보다 자세히 제공되었음을 밝혀둔다. 벌류 이외의 분류군들은 그 동정의 근거가 확실한 종들만을 목록에 수록하였으므로, 여타 곤충분류군의 칠보산 출현 및 서식에 관한 본 보고의 내용은 과소 평가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동정 확인된 109 곤충종 목록(부록 1)과 벌류에 의한 수분매개가 관찰된 현화식물 정보(부록 2)를 제공한다. 1936과 1937년 한국산으로 보고되었으나, 그간 전혀 국내 출현 기록이 없었던 벌목 는쟁이벌과(Hymenoptera: Ampulicidae) 2종의 발견을 보고하며, 잠자리 두 종의 현황 및 이들의 향후 생물감시에 관하여 간단히 논의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지 조사 시 관찰된 외래곤충 3종에 대한 정보(부록 3)를 표로 제작하여 제공하였다.
재료 및 방법
현지 조사는 칠보산 전역을 대상으로 하여 2019년 7월 6일, 7월 30일, 8월 2일, 8월 18일, 8월 28일, 9월 17일 총 6회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5시경까지 주간에 실시하였다. 조사 시 주로 이용한 조사경로는 그림 1에 표시한 바와 같으며, 매 조사 시 탐방로를 3~5회 왕복하며 관찰 및 채집을 실시하였고, 탐방로 인근의 숲 또한 수시로 들어가 조사하였다.
검경이 필요한 곤충류는 포충망을 이용한 채어잡기(Brandishing), 쓸어잡기(Sweeping), 털어잡기(Beating)를 통하여 채집하였으며, Vane trap-Pan trap과 당밀을 이용한 먹이유인채집법(Bait trap) 또한 실시하였다. 이들 유인법은 각각 꽃을 선호하는 종들(주로 꽃벌류 및 일부의 침벌류)과 개미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다(그림 2). 채집된 표본들은 소수의 알코올 보관표본을 제외하고는 건조표본으로 제작하여 국립생태원 표본실에 보관하였다.
각 분류군의 동정은 동정을 위한 전문가의 도움이 가능하거나 각급의 전문 학술지에 검색표, 도해 등이 제시되어 정확한 동정을 가능케 하는 종들만을 수록함을 원칙으로 하였다(하지만 본 보고에는 각 분류군의 동정에 이용된 자료는 생략되어 있다). 동정 된 각 분류군의 학명 및 국명은 국가생물종목록(NIBR, 2018)을 따랐다.
앞서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칠보산을 대상으로 하는 과거 지역곤충생물상에 관한 자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김 등(2009), 이와 이(2017) 및 최와 김(2017)의 자료는 칠보산 인근 광교산, 군포 및 수원에 관한 조사자료로서 본 조사연구에서 확인된 벌류의 출현 현황 비교를 위하여 별도의 표(표 2, 부록 2)로 제작하여 제공하였다.
결과 및 고찰
본 조사연구를 통하여 총 11목 50과 109종 육상곤충류의 칠보산 출현을 동정, 확인하였다(표 1, 부록 1). 목별 출현 분류군 수는 표 1과 같다. 벌류의 상대적 출현비율이 높게 측정되었으나, 이는 서론에 언급한 바와 같이 다른 분류군들 대비 벌류의 동정 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에 기인한다. 여타 분류군의 출현에 관한 사항은 각각의 분류군 전문가에 의하여 다시 측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다양성이 높은 딱정벌레목과 나비목 나방류의 출현 현황은 각각 함정트랩, 야간유인등채집 등 적극적 채집이 수행되어 측정되어야 할 것이다. 잠자리목 또한 본 보고에서는 성충으로 확인되는 종들만을 수록한 것이며, 수서성의 유충 조사결과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파리목의 경우, 다수의 개체들이 채집, 관찰되었으나, 동정의 어려움으로 형태적으로 나눌 수 있는 적지 않은 분류군들을 본 보고에 포함치 못하였다.
본 조사연구를 통하여 동정 확인된 벌류 중 침벌류(Aculeata)는 총 14과 52종이며, 인근 지역 과거 기록들과의 단순 비교를 통한 간이평가 시 칠보산에서의 높은 종다양성이 측정 되었다(표 2, 부록 2). 하지만 비교된 조사들은 각기 조사의 방법, 목적 및 연구자가 다르므로 앞선 종다양성 비교의 결과는 다만 본 지역에서 침벌류에 관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잘 파악되었으며, 포식성, 식식성, 화분매개자 등 다양한 기능군들이 비교적 고르게 본 연구에서 확인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Yasumatsu(1936, 1937)에 의하여 한반도에서의 분포가 최초 확인되었던 Ampulex satoi와 A. kurarensis가 본 조사를 통하여 재발견되었다. Ampulex satoi는 한국특산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 보고에서 발견된 표본들은 모식표본들(types) 외에 발견된 최초의 표본들이 된다. 또한, 부록 1의 목록에 Ectemnius sp. 1, Ectemnius sp. 2, Hylaeus sp., Epeolus sp.로 표기된 4종은 한국산 미기록이거나 혹은 신종으로서 추후 분류학적 연구를 거쳐 학계에 보고되어야 할 종들이다. 소규모 저산지의 도심 녹지공간일지라도 면밀한 곤충다양성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과 그러한 지역에 적응적인 특이 분류군들이 존재하는지의 여부에 관한 연구 필요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견이라 하겠다.
현지조사 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및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의 출현은 없었다. 다만,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된 꼬마잠자리(Nannophya pygmaea Rambur)의 출현을 과거 본 지역으로부터 확인한 바가 있다고 하였으나(임헌영, 2019, 개인적 교신), 지목된 출현 지역 및 인근 유사 환경에서의 출현은 확인치 못하였다. 본 종의 칠보산 출현 여부 및 서식 현황 등에 대한 정밀생물감시의 실시가 필요하다. 심미적 가치가 있는 나비잠자리(Rhyothemis fuliginosa Sely) 수십 개체가 1개 수체 및 그 주위 지역에서 산란 및 비행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본 종은 전국적인 분포를 하며 법정보호종의 지위는 없으나 칠보산의 삼림 수체를 대변하는 심미적 깃대종으로써 보호, 관리가 필요한 주요 생물자원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주요 외래해충으로 분류되는 주홍날개꽃매미, 미국선녀벌레 및 갈색날개매미충의 출현을 확인하였다. 이들에 의한 삼림 내 수목들의 심각한 피해는 현지조사를 통하여 관찰치 못하였으나, 상당한 개체수가 쉽게 목견되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생물감시를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들 종에 관한 정보 및 칠보산 내에서 관찰된 현황에 대하여 김 등(2014) 자료를 수정하여 부록 3에 제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