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광덕산은 아산시 배방읍 송악면과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광덕리에 걸쳐 있는 해발 699.3m의 차령산맥 줄기를 잇는 산이다. 산의 남사면 및 북사면 하단부에는 광덕사 지구와 외암민속마을 및 계곡 유원지 일원을 포함하는 인간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며, 그 외의 삼림생태계 지역은 도심 근교 등산 등 일상적인 산지 레저활동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벌목은 전 세계적으로 약 153,080 여종이 알려져 있으며, 나비목 및 딱정벌레목에 이어 세 번째로 다양성이 큰 곤충류이다. 이들 중 침벌류(Aculeata)는 국내에서 청벌상과(침벌과, 청벌과, 집게벌과, 멸구살이벌과), 말벌상과(개미과, 개미벌과, 대모벌과, 무당벌과, 배벌과, 굼벵이벌과, 말벌과), 꿀벌상과(는쟁이벌과, 은주중이벌과, 구멍벌과, 애꽃벌과, 꿀벌과, 어리꿀벌과, 가위벌과, 털보애꽃벌과)에 속하는 종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특히 수분과 포식을 통하여 서식처 유지와 개체군 조절의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자연 자원으로 고려되는 생물군이다(Kim, 2023). 하지만 그러한 종 및 생태적 수준에서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곤충류와 비교하여 벌류의 유전적 다양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낮은 유전적 다양성은 환경적 교란에 대하여 다른 곤충군보다는 매우 민감하여 생존 혹은 존속 가능한 최소 개체군 크기의 증가라는 결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러한 감수성의 증가는 환경교란 감시에 대한 지표종으로서의 벌목 이용에 관한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LaSalle & Gauld, 1993). 특히 침벌류는 상위 영양단계에 위치하며, 특정 서식지 내의 이들 출현 및 서식은 다양하고 풍부한 피식 절지동물의 존재에 대한 지표이다. 따라서 한 생태계 내에서 침벌류의 다양성은 관련된 절지동물 다양성의 믿을만한 예측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안정적이며 유용한 생물지표이다(Kim, 2023).
이에 광덕산의 건강성에 대한 직, 간접적 자료 획득을 위하여 2023년 늦여름(8월 말)으로 부터 가을(9월-10월) 동안 광덕산의 침벌류 출현 현황에 대하여 조사하였으며, 김과 윤(2021)에 의하여 동일 지역으로부터 획득된 자료와 간략하게 비교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는 재료 획득에 있어 계절적 제한을 내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국내 대개의 벌 분류군은 가을에 접어들면서 그 출현 빈도가 확연히 감소한다. 따라서 가을 단독으로 수행되어 얻어진 자료는 지역적으로 실제 출현하는 종 다양성의 과소평가를 이끈다. 특히 곤충류 중 수분 생태계서비스 제공의 첫 번째 주요 인자로 평가되는 꽃벌류의 출현 여부는 봄과 여름의 조사가 필수적인 경우를 다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료 및 방법
2023년 광덕산 출현 침벌류의 출현 현황 파악을 위한 현지 조사는 8월 22일, 9월 4일, 9월 17일, 10월 3일 및 10월 17일 총 5회 주간에 실시하였다. 또한 강당골 주차장으로부터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 양측에 8월 22일부터 9월 17일까지 먹이 유인트랩(bait trap)을 설치하여 개미류의 출현 현황을 조사하였으며, 숲 주연부와 숲의 내부 2개소에 말레이스트랩(Malaise trap)을 8월 22일부터 10월 17일까지 설치하여 비행성 벌류의 출현 현황을 조사하였다.
동정된 종의 상위분류군은 William and Hurber(1993)의 분류체계를 적용하여 배열하였으며, 각종의 학명과 국명은 국가생물종목록(National List of Species of Korea, 2020)에 따랐다.
결과 및 고찰
2023년 현지 조사를 통하여 11과 46종의 침벌류 출현을 확인하였다(Table 1, 2). 김과 윤(2021) 및 금번 조사에 의하여 확인된 종들이 속한 각 과의 생육 양식 및 주요 생태적 기능은 Table 1과 같다.
2023년 출현종 현황은 2021년과 차이는 거의 없다. 두 해 모두 포식 혹은 포식 기생성의 생태적 특징을 지닌 사냥벌(hunting wasps)로 알려진 분류군들의 출현이 매우 두드러졌다. 거미류를 자신의 새끼를 위하여 준비하는 대모벌을 제외하고는 이들 모두가 여타의 곤충류를 사냥하여 새끼의 먹이로 제공하는 생활사를 가진 것들이다. 이는 본 지역에서 실제적으로 측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먹이원이 되는 1차 소비자(herbivores)의 안정적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또한 다량의 곤충류 먹이를 소비하는 사회성 말벌류의 출현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또한 이러한 추론을 지지한다.
본 조사 목록에 포함된 모든 벌류의 성충은 그들의 에너지원으로서 꽃꿀 혹은 화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므로 잠재적인 수분 매개자(pollinator)이다. 하지만 수분 매개에 특화된 꽃벌류(bees)의 종다양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이는 본 지역의 식생이 주로 잘 발달한 아교목/교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층부로의 태양광 투과가 적어 꽃벌류의 주요 먹이원인 하층 현화식물의 생육이 제한적인 특징(따라서 등산로 주변 즉 개방된 곳에 간헐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북나무, 싸리의 꽃에서 먹이활동 중인 소수의 꽃벌류가 관찰됨)과 더불어, 보다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사 시기와 출현 시기의 불일치에 따른 결과로 판단된다. 다수의 꽃벌류 분류군의 출현은 봄 특이적이거나 봄부터 여름까지 지속되는 시기적 특징을 가진다. 전자의 경우 애꽃벌류(Family Andrenidae)가 해당되며, 후자는 대형의 꽃벌류(Bombus 속을 포함하는)와 중소형의 꼬마꽃벌류(Genus Lasioglossum)를 포함하는 대다수 꽃벌류가 포함된다. 따라서 일정 지역의 보다 완전한 침벌류상을 파악하기 위하여는 꽃벌류 자료 획득에 유용한 황색 수반 채집(yellow pan trap), vane trap 등과 같은 특이적 채집 방법을 포함하여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의 시계열적 출현 현황에 관한 정성적, 정량적 자료의 수집이 필요하다.
김과 윤(2021)에 의하여 다수의 지점에서 확인되었던 등검은말벌(Vespa velutina)은 여전히 출현하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2023년 선조사법에 의하여 관찰된 횟수는 다른 말벌류의 출현 빈도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현재 이종은 유사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종들보다 우의적인 경쟁 지위를 획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년의 조사를 통하여 2021년 기록된 종들의 출현이 대부분 다시 확인됨과 동시에 특이적인 새로운 분류군의 발견이 없는 점은 그간 본 지역에서 곤충을 포함하는 생물인자의 구조적 특징에서 주목할 만한 변동이 없었음을 시사한다.